그림을 배우는 순서가 있을까?
그림을 배우는데에 효율이 좋은 순서도 있다. 그러나 효율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그동안에 학원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그림을 가르쳐봤다. 안타깝게도 학생 중 지금까지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물론 취향에 맞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스킬에 대해서만 무리하게 배운 탓도 없지 않다.
당연히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림에 대한 스킬이 어느정도 뒷받침 되면 좋다. 그러나 스킬이 그림에 모든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스킬 향상에만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본래 목적을 잃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목적에 따라서 순서를 다르게 정하고, 배워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재능 흥미
흥미 만큼 사람을 쉽게 움직이는 힘이 있을까? 나는 반쯤 농담으로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기 주도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큰 동기부여 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의 본질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어떤 학습이든 빠르게 익힐 수 있다. 한편 사람의 성향은 주도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정답이었던 것이 나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흥미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떠한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힘의 원리를 설명하겠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재미가 없더라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오랫동안 성취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만큼의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학창시절에 제대로 공부를 했던 적이 드물다. 성적도 개판이었다. 근대 이상할 만큼 그림은 오래 그렸다. 덕분에 지금은 나름대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제대로 그림을 배워야겠다 마음먹은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시기 기준 30살이 되었는데도 계속 그림에 대해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10대 시절 그림에 대한 흥미를 많이 쌓아뒀기 때문이다. 조금씩 성장하며 느꼈던 성취감과 그리는 과정에서 느꼈던 재미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재미없는 과정들도 미래의 보상을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예로 나는 입시 시절 그림이 전혀 흥미롭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한 아이에게 스킬보다는 흥미 있어하는 소재에 집중해서 그리기를 가르쳐 보았다. 처음에는 그림이 느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1년이 지나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니 말 다했다고 본다. 그래도 이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즐거워했다 2년이 지나서 서서히 조짐이 보이더니 3년이 지난 시점에는 그 또래에 어떤 친구들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손목에 혹이 생길 만큼 그리기를 한 결과였다.
이건 내가 하루종일 그림만 그려라 시킨 결과가 아니다. 본인 스스로 즐거워서 집에서도 그림을 꾸준히 그려온 결과이다. 어느 날 학생 부모님이 사진첩 가득 아이의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정말로 경악할 만큼 많은 연습량이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가다듬어 앞으로 그림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다.
아이가 그림을 배우는 시작 단계 이야기
우리 주변에 축구나 태권도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를 직업으로 갖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처음부터 기초 체력을 기르고 죽어라 연습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었나?
아마 동내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아무런 기초지식 없이 공을 차고 놀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스케치북에 낙서한 번 안 해본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별 큰 이유 없이 종이 위에 색연필과 크래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시각적 자극에 재미를 느끼며 그림을 시작하게 된다.
부모님들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그림에 흥미를 보이는 자식들에게 물어본다. " 미술 학원 다녀볼래? " 당연히 그림을 좋아했던 아이들은 신나서 다니겠다고 말한다. 학원, 학원 선생님과 궁합이 좋았던 친구들은 그림에 흥미를 느끼며 즐겁게 다니게 된다. 그렇게 해피앤딩으로만 끝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원했던 그리기는 이런 게 아니었어...'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어'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게 된다. 이런 온도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흥미 있는 소재에서 벗어난 그림만 그렸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아이 부모님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왜 우리 아이는 괴물만 그릴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가 괴물이라 그런 것이다.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하자면 괴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강한 것 = 멋진 것이라는 본능적인 아이의 생각을 이해하면 한 가지 소재에 집중하는 것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친구들은 대게 시간이 지나 흥미 소재만 변한다면 무엇이든 그릴 수 있게 바뀐다.
둘째는 주변과의 비교이다. 누군가 자기를 평가 해서하는 비교뿐만 아니라 인정 욕구가 높은 아이들은 주변을 살피며 내 그림과 다른 사람의 그림을 비교한다. 내가 잘 그려야만 주변의 인정(칭찬)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심리가 작용한 결과이다.
이 중 하나 이상 포함이 된다면 굳이 어렸을 때부터 미술학원을 보내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혼자 몰입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림을 그릴 때 과정에 의한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 열심히 그림 그리는 모습이 멋지더라" "집중해서 그림 그리느라 힘들진 않았니?" 물어봐 주고, 결과물을 봤을 때 "잘 그렸다" "멋지다" 등 의 칭찬보단 구체적으로 이건 무슨 모양인지 되물어 보며 대화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셋 째는 지나친 개입과 간섭이다. " 이거 그려볼까? 저거 그려볼까? " 하는 말이 그림 주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이미 그리고 싶은 것들이 명확한 아이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고 아이로 하여금 '내가 잘 못 그려서 그런가?'라는 의심만 키워 주게 된다.
이런 경우 그냥 옆에서 같이 그림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받는 것이 제일 좋다. 혼자만 그리게 냅두거나 반대로 아이의 의견을 무시한체 어른들이 원하는 그림만 그리도록 하는건 아이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학습도 마찬 가지다. 최악의 학습 환경이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부모님은 거실에서 티비보며 웃고 떠드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른이 그림을 배우는 시작 단계 이야기
어른의 경우는 아이들보다 심플하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흥미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지 환경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힘들거나 다른 일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리지 못했을 뿐 일 것이다.
문득 어느 날 그림을 그려 보겠노라 마음을 먹고, 강의도 들어보고, 그린다. 굳은살처럼 그림에 대한 생각이나 습관이 생겨 버린 이후 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몇 번 시도하다 잊어버리고 포기하는 전형적인 루트이다.
이런 행동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학습된 정답을 찾는 습관 때문이다.
흔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특별한 비법이 있고, 정해진 루트가 있고, 답이 있어 특정 교육을 통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엄청 열심히 그렸지만 그건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던 것이다. 교육으론 테크닉과 팁은 건질 수 있을지언정 흥미는 건지기 어렵다.
생업도 아닌데 재미까지 없는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림을 처음 또는 다시 그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무엇을 그리고 싶고, 왜 그리고 싶은지 생각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체면을 생각해 거창해질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림으로 세계 정복을 하거나 대통령이 될려는게 아니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팁을 주자면 왜 재밌는지, 뭘 해야 재밌을지 생각하자.
난 조금 유치한 사람이라 로봇과 캐릭터들을 그릴 것이다. 뭐 그리다 보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왜냐하면 난 그런 그림을 그리는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편 계속- 자신만의 학습 루트 개발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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